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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기사
등록일
10-03-24 10:36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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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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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1일
Newsweek(뉴스위크)한국판 에 실린 박상호 회장님의 기사입니다.


“시와 건축은 서로 닮았다”‘시 쓰는 CEO’ 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 30년 넘게 써온 비망록을 서사적 장시(長詩)에 담아
MY WAY MY LIFE양 병 하 객원기자박상호(55) ㈜신태양건설 회장은 시를 사랑하는 CEO다. 2006년 시 전문 문예지 ‘열린시학’ 가을호에 신인작품상을 받으면서 늦깎이 시인이 됐다. 올해 2월에는 첫 시집 ‘동백섬 인어공주’를 냈다. “제 인생의 고비 고비에 문학은 운명처럼 찾아왔다”고 그는 말했다.

고교 시절 “삶이 허무하구나. 시인이었더라면 시 한 구절이라도 남겼을 텐데…”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늘 떠나질 않았다. 의과대학에 다닐 때는 그에게 과외 교습을 받던 학생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버려 한동안 삶의 허무감과 씨름해야 했다.

그 후 의대 공부를 포기하고 곡절 끝에 건설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문학은 늘 그의 정신을 지탱해준 힘이 됐다. “누가 뭐래도 시를 쓸 때만큼은 말할 수 없는 행복과 희열을 느꼈어요. 시는 내게 구원이었고, 삶의 온갖 구차함을 초월케 하는 계시와도 같습니다.” 그는 건축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곳들과의 감성적인 교유를 첫 시집에 담고자 했다.

부산 해운대 동백섬과 누리마루, 낙동강 등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지역사회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사랑과 생명의식을 담은 서정시를 주로 쓰지만 그의 서사시 도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적인 신화와 상상력을 결합한 ‘아폴론과 다프네’, 신화를 모티브로 선 굵은 모성애를 그린 ‘테메테르의 진주빛 모성’ 등이 그렇다.

모두가 200행이 넘는 장시들이다. 류병선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산회장은 “박 시인의 장시는 우리 문학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에 도전하려면 더 많은 장시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박 시인의 장시는 굉장히 소중한 시도라고 봅니다.”

아무리 짧아도 시는 작가가 바라는 서정을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매력이 있다. 200행을 넘나드는 박 시인의 장시도 시의 운율이 고스란히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견고하고 안정된 조형미까지 느껴진다고 평가 받는다. 동료 시인들은 “그의 장시는 서정성과 서사적 형식이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시 전문 낭송가들이 그의 시를 좋아한 이유다. 정형화 된 형식과 일정한 운율이 담겼기 때문이다. “시는 제 자신을 표현하는 영혼의 고백입니다. 그것을 저는 생명의 기저에서 솟아오르는 간절한 갈망의 다라니주(陀羅尼呪)라고 부릅니다. 다라니주는 불교에서 범문으로 된 비밀스런 주문을 말하는데, 여러 부처와 보살의 진언(眞言)을 모은 것입니다. 그 자체로도 영혼이 가장 순수하고 해맑을 때 들어가는 시의 삼매경이지요. 그래서 평소 저는 시를 구도의 정점이라고 봅니다. 나르시스처럼 제가 제 시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박 시인은 최근 원고지 300매가 넘는 장시 ‘피안의 도정’을 마무리 손질 중이다. 대학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기록해왔던 글들을 시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 장시의 주제를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보편적 감성을 시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장시 ‘에로스와 프시케’도 완성 단계에 있다. 호흡이 긴 장시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시작(詩作) 내내 긴장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약점을 드러낼 공간이 많기 때문에 더 치밀한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문학평론가인 남송우 부경대 교수는 “그는 다양한 가치로 자신의 시심을 초월적 조화로 이끌어 낸다”고 평가했다.

“‘아폴론과 다프네’와 같은 장시는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고 남 교수는 말했다. 294행에 이르는 이 시는 아폴론과 다프네의 신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장시로 변주했다. 문학평론가 황인원 씨는 “기존 서사시의 틀을 뛰어넘어 시인이 새로운 이야기의 골격을 세웠다”며 “한국 시의 장시 전통을 새롭게 변용했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이 쓰는 장시들은 대부분이 20~30년이란 긴 세월 속에 묵힌 작품들이다. 대학 시절부터 써온 장시들이 지금에서야 햇볕을 보기 시작한다.“장시의 가장 큰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말을 찾아 끝없이 조탁하는 과정에서 서정성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몇 번이고 서정성을 다듬다 보면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작품이 더욱 반짝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의 장시 ‘아폴론과 다프네’를 몇 줄 읽어내리다 보면 시인이 애써 찾아낸 우리말이 주는 서정성이 살뜰하게 다가온다.

‘아리잠직(아담하고 얌전하며 어여쁘다)’ ‘소사스럽다(행동이 좀스럽고 간사한 데가 있다)’ ‘익더귀(새매의 암컷)’ ‘찬섬(빛남)’ ‘말마(급소)’ ‘애와티다(복받치다)’ …. 사전을 곁에 두지 않고선 그 뜻을 쉬 헤아리기 힘든 말들이다.

시인 아들을 바라셨던 어머니의 소망을 뒤늦게 이룬 때문인지 그는 시 쓰기에 욕심이 더 많다. 창작활동의 불씨가 됐던 어머니의 사랑이 그의 마음을 회초리질하기 때문이다. 박 시인은 기성 시단에도 조심스럽게 소망을 내비쳤다. “우리 시의 짧은 호흡은 종종 세계 시문학과 소통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실력 있는 시인들이 장시의 형식과 내용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그가 이끄는 신태양건설은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린 동백섬 누리마루를 공동 시공한 회사다. ‘누리’는 온 세상을, ‘마루’는 정상을 의미한다. 당시 각국 지도자가 우리나라의 전통 의상인 두루마기를 입고 누리마루 밖에서 단체 촬영한 사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시적인 감성을 건축에 접목시키고 싶은 욕심을 떨치기 어렵죠. 시나 건축이나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점에서는 매한가지 아닙니까?” 그가 쓴 시의 탄탄한 구성만큼이나 회사 경영도 견실하다고 소문났다. 은행 차입금이 전혀 없는 재무구조는 회사의 큰 자랑거리다.

신태양건설은 누리마루 시공 이후 지역 내 주요 관공서(부산대)와 시설공사(부산 지하철 3호선, 화전지구 공단 조성)를 수주하면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왔다. 그는 평소 임직원에게도 감성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행복한 직장 문화’를 강조해왔다. 경남고-부산대 출신인 그의 모교 사랑도 대단하다.

경남고 교정에는 그가 직접 쓴 ‘사랑하는 경남고여, 경고인이여 영원하라’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부산대를 비롯해 지역 대학에도 매년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내놓는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활동에도 앞장선다. 그는 앞으로 일과 시작 활동, 어느 하나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루 24시간이 늘 부족하다”며 “잠이라도 줄일 작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소박하게는 ‘동백섬의 시인’으로 남기를 바라지만, 길게 봐서 밀턴의 ‘실락원’ 같은 유장한 장시를 남기고 싶어요. 삶의 근본을 깊이 투시하면서도 맑은 언어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그런 시를 계속 쓰겠습니다.”  (끝)